[ 치앙마이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이것은 일인분입니다

제발, 배좀 채우고싶어







야외 레스토랑에 2달전부터 예약해놓았던곳에서 드디어 저녁을 먹는날

하루종일 물놀이에 탈진하기 직전인 동생은 [스테이크!] 네글자로 작사작곡을 해서 툭툭에서부터 노래를 흥얼거렸고 예약하기 힘들고, 워낙 유명한 곳인만큼 나역시도 기대가 컸다



hoppipolla [홉.피.폴.라]라는 레스토랑앞에 예약한 6시에 도착했는데

가게에는 사람한명 없고 불이라는 불은 다 꺼져있으며 야외부지에 테이블이며 의자하나 셋팅되지않은것을 보니

오늘 장사를 하지않는것이 확실했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페이스북메신저로 그동안 예약하고 대화했던것과 시간까지 다시 확인해보았는데

오늘 지금 이시간에 예약을 진행한것이 맞다.


나를 이곳까지 태우고 온 툭툭기사도 멋적어하면서 예약메시지를 확인하더니 가게의 연락처를 알기위해 이곳저곳 전화를 넣어보다가 연락이 닿지않는듯 머리를 긁적거리더니 [영업을 하지않나봐]라고 전했다


워낙 치앙마이 시내에서 떨어져있는거리이기도하고, 주변에는 산과 외진길뿐이어서 저녁을 먹으러 치앙마이 시내까지 다시 나갈일을 생각하니 오버지출된 교통비부터 내 황금같은 저녁시간, 그리고 허기짐과 동생의 속상한 얼굴등이 내 화를 돋구었다


애초에 예약을 받지말던가. 이게 도데체 뭐하는짓인지

유명한 상장에서 밥한끼 먹겠다고 예약해놓고 오랜길을 달려왔는데 

가게앞에 팻말하나 없이 손님과 운전사만 우두커니 서있는 꼴이었다


[숙소로 돌아갈래. 가서 룸서비스나 시켜먹자]

빠르게 체념한척 하는 동생도 핸드폰에 쥔 페이스북메신저의 예약내용을 읽고 또읽고 또 확인하면서 

[오늘 6시가 맞는데. 2명예약..] 중얼거림과 함께 침울한 얼굴로 툭툭에 올랐다


[가는길에 술이나 과자를 살만한곳에 들렸다가 호텔에 데려다줘]

빈손으로 숙소에 들어가면 괜히 허전할까봐 나는 두손가득 장이라도 보려고 툭툭기사에게 부탁했고 툭툭은 시동을 걸었다

이왕 먹는거 맛있는걸 먹자, 이왕 머무는거 좋은곳에서 머물자고 고르고 고른 시간이 허무해졌다





시동을 걸고 출발한지 1분도 되지않았는데, 기가막힌 숯불냄새에 

[저걸사자!]고 외치는 내 빠른 판단력에 툭툭기사는 깔깔웃었고

[그래, 저거라도 사서 술이랑 먹으면 기분이 나아질거야] 스스로를 위로하기 바쁜 동생은 이곳에서 쓸 돈이 아니였다면서 꾸깃꾸깃 쥐고있는 돈을 한장씩 가지런히 펼쳤다


어차피 오늘 먹으려던것도 저렇게 그릴위에 구운 BBQ와 풀조금, 과일조금일 뿐이었다

고기를 굽는 주인에게 2인분을 달라고했더니 저렇게 잘라진 고기를 한덩이를 주는것이 아닌가

(그것은 삼겹살 세조각정도로 쌈을 싸도 세입에 끝날양이다)


[아니 더주세요] 라고 말하면 한덩이씩 더 주는것이 아니고, 한덩이의 끝부분을 (1/10정도) 잘라서 주고,

[아니 훨씬더 많이. 그것보다 더 많이 주세요!]라고 말해도 고기의 덩어리를 아주 세세하게 잘라서 포장을 하고있었다

[더!. 더! 제발 많이좀 줘!] 라고 말할때마다 가게주인은 웃는데, 나는 속이 답답했다


[지금 굽고있는 고기의 반을 줘!]

나는 손으로 동그랗게 철판위를 한번 돌린뒤 그것을 반으로 딱 나누는 제스춰까지 확실하게 취하면서

단호한 표정을 짓고 얼마만큼의 고기가 필요한지 명확하게 설명했지만


가게주인은 [그것은 너희둘이 먹기에 너무 많아] 하는 자상한 미소를 띈 얼굴로 아주조금 고기를 더 줄 뿐이었다







[아 이거 안되겠는걸]싶어져서 포장하려던것을 지금 당장먹고가겠다고 자리를 잡고

툭툭기사와 나와 동생이 가게안쪽에 자리를 잡고 고기를 주문해도 내어주는 양은 한사람이 먹기에도 부족한 양이었다


[이게 3인분이란말이지...] 

나는 그릴위에 있는 고기를 동생과 둘이서 다 먹어치울 자신이 있었는데,

어차피 바나나잎으로 싸진 밥과 탄부분을 잘라낸 고기는 몇덩이 되지도 않아서

오늘 이 가게 재료가 없어서 장사를 내가 접게해주겠다고 마음먹고 조막만한 고깃덩어리를 입에 쑤셔넣는동안

툭툭기사는 괜찮다면서 너희많이 먹으라고 한사코 거절하면서 그저 신기하게 우리를 바라보았다


[깔짝거리지말고 많이좀 먹어]라는 말을 평생 듣고자랐는데, 이 식당주인이 얼마나 소식가인지 알수가 없었다

지금 먹은 접시의 4배를 포장해달라고 (그래야 동생도, 나도 숙소에서 맥주라도 마시지) 요청했더니

주인은 입이찢어질듯 행복한 얼굴로 구석구석 고기를 구워서 봉투에 담아주었다


베란다리조트 테라스에서 오늘마실 술안주를 그렇게 어렵게 얻어가던날 밤-

이곳 사람들이 왜이렇게 작고 외소한지 어렴풋이 알것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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