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마리아나제도 / 티니안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사람들에게 잊혀진 지옥섬 티니안

아픔의 기억을 묻은채 아름다운 모습으로 여행객을 받고있는 너그러운 섬




얼마전 TV 한 프로그램에서 하시마섬의 묻혀진 역사에 대해 방영했던적이 있었다. TV자체를 잘 보지않는 편임에도 포털사이트에 지옥섬과 하시마섬, 잊혀진 역사에 대해 실시간 검색어가 오르내렸던것을 보면서 참 슬픈 마음이 들었다. 비단 잊혀진곳이 하시마섬 한곳 뿐일까


여행을 하다보면 익숙한 패턴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혹은 예상하고도 남았을법한 곳에서 항상 잊혀져있던 전쟁의 순간을 마주한다. 현지인의 입에서 내가 배운 기억과는 다르게 접하기도 하고, 매번 다른국가를 여행하면서도 여러 나라가 특정 국가에 의해 지속적으로 전쟁의 피해를 당한 건축물의 파괴된 흔적이나, 나쁜 문화가 유지되어 현지인들의 삶에 아직도 영향을 끼치고있을때, 식습관이나 주요 수출품목으로 노동을 이어가게 하는 항목등이 지배국의 취향에 관한 물품일때, 막상 대화중에, 눈으로, 손으로 만져보게 되는 순간들이 오면 전쟁을 경험하지 못했던 나 따위도 씁쓸함이 슬그머니 올라오곤 한다 








| 지금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를 품은 섬 티니안


섬 밖의 사람들에게는 잊혀진 지옥, 티니안

일본의 점령지였던 티니안. 티니안 소유의 원래 주인이었을 원주민은 26명만이 살고있던 섬에 일제치하에 강제징용으로 많은 한국 사람들이 끌려와 강제노역을 했던 섬이다. 사탕수수농장에서 강제노역을 하면서 제대로 된 보상은 커녕 마음대로 고국에 돌아갈수도 없던 한국인들은 티니안에서 임시수용소, 철로, 티니안 공항등을 건설하는데 사용되었지만 등급을 나뉘어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못하다 사망했다


천주교를 주 종교로 믿는 북마리아나연방에는 원래 화장하는 풍습이 없지만, 유일하게 티니안 섬에는 당시 죽은 한국인들을 화장한 화장터가 한국인 위령비 옆에 아직 남아 있다. 강제징용,징병,정신대로 끌려왔던 처참한 한국인들을 무참히 화장시켰던 붉은 벽돌로 지어진 화장단지는 해마다 무서운 기세로 몰아치는 남태평양의 태풍에도 보리수나무 한그루의 나무뿌리가 화장단지를 감싸 보호하고 있다


일본이 전쟁에서 진 이후, 미군이 티니안을 점령하고 원주민의 제보에 의해 화장터 인근의 땅을 팠는데 미처 화장하지 못한 유골 수천구가 많은 양의 드럼통에 꽉꽉 눌러담아져 있는것을 발견했다니 이곳은 절규가 가득한 지옥섬이었을것이다






| HOUSE OF TAGE, 타가하우스



떠나지 못한사람들, 기본 한국어가 통용되는곳과 원주민의 유적

사이판 선조들의 집터로 옛 티니안의 족장이 살았던 고대의 집터 "타가하우스(house of Taga)"는 전쟁통의 패망의 잔재와 역사 속에도 남아있다. 집의 기둥 역할을 했던 길쭉한 돌기둥이 깨진채 뒹굴고있고, 원래의 모습은 알수없지만 거대한 흔적은 아직 남아있다. 고대 차모로족은 라테스톤(latte stone)을 기둥으로 삼아 집을 짓고 살았는데 지역 전설적인 족장 타가의 집이 있어서 이름이 타가하우스로 남은것 같다. 주변에 마리아나제도의 상징인 플레임 나무와 플루메리아 꽃이 에워싼 공원이 조성되어 산책하기 좋다


강제로 끌려와 노역을 하다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살아남은 많은 한국인들이 이곳의 원주민과 가정을 꾸리고 정착을 했고 그 결과  티니안의 원주민중 40%가 한국인의 핏줄이다. 현재는 강제징용되었던이들의 3세,4세가 가이드를 하거나 식당, 택시등을 하면서 티니안의 조선족으로 우리에게 낮선 사람인 양 불리고 있다


그들의 이름을 들어보면 할아버지의 성이 김인경우 킹, 신씨인경우 씽, 최씨인경우 초이등으로 변한채 어떤이들은 창씨개명한 일본 성을 그대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누구보다 후손인 그들이 자신의 역사를 가장 잘 알고있고 티니안으로 여행 온 나 역시 강제노역을 왔다가 자리잡았던 한국인의 후손인 아저씨가 할아버지의 이야기와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 가는법 : 타촉냐 비치에서 산호세 마을로 향하는 길에 위치함






| BLOW HOLE, 블로우홀



소름끼치도록 조용하고 정적인 평화로운 티니안 

원자폭탄을 숨겨놓은았던 원자폭탄 탑재지점, 보급품을 실어날리는 역할을 했던 티니안의 브로드웨이, 전쟁중의 트럭, 탱크를 보관했던 일본해군본부등을 둘러보는데 티니안의 관광코스처럼 돌아보는곳이라기보다는 전쟁의 역사에 대해 배우는 전쟁박물관같은 느낌이었다


차분한 휴식을 원해서 인적이 드문 아름다운 섬을 생각하고 여행을 계획했던 무지의 상황에 전쟁의 상처에서 살아남은 후손에게 티니안의 이야기를 듣는것은 마음속에 정적을 가져왔다. 내 무거운 얼굴을 보고 블로우홀이 어떤 원리로 돌구멍에서 높은 파도가 올라오는것인지 설명해주고 내 관심을 호기심으로 유도시켜주고싶어 했지만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고 블로우홀 구멍으로 높이 물줄기가 솟구칠때마다 온몸의 털이 쭈뼛 서고 춥고 슬픈마음과 함께 소름이 돋았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입구로 나온 순간부터 단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는 바람은 시종일관 머리카락을 헝클고있었지만 아무것도 모를때의 마음과는 달랐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축복의 땅이라고 생각했던 예쁜곳의 파도도, 절벽위에서 피는 가녀린 슬픈꽃 하프플라워도, 바람에 흔들리는 야자수의 잎도 다 서럽게만 보였다  







| CHULU BEACH, 출루비치의 별모래


별모래에 담는 그들의 소원, 건강과 안녕

별모양의 모래가 있어서 예쁜 유리병에 담아가겠다면서 출루비치의 별모래때문에 이곳에 오자고 했던 동생은 뜨거운 햇빛 아래 티니안의 예쁜 바다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조그마한 비닐팩에 별모양 모래를 골라담고있었다. 산호초로 이루어진 바위 사이사이에 수북히 쌓여있는 모래 사이에서 별모양 같이 찾아줄 동심이 그날 내게는 없었다


[어차피 주워담아봐야 공항수색중에 걸려서 벌금이나 물겠지] 심드렁하게 내뱉은 내 말에 별모래를 주워담던 동생의 손이 주춤해지자 항상 차분하던 아저씨는 시무륵한 동생에게 산호조각은 가져갈수 없어도 모래쯤은 가져갈수있으니 열심히 주워담으라고 껄껄 웃으며 동생을 독려했다


자식이 멀리 공부하러 가거나, 티니안을 장시간 떠날일이 생기면, 오래전부터 원주민들은 별모래를 몇개 골라 떠나는 자식에게 행운과 안전의 의미로 담아 보내거나 몸에 지니게 했다는 이야기를 곁들여주자 동생의 손은 다시 분주해졌다. 언제나 건강과 안녕을 빌었을 티니안 사람들의 소박한 소원을 한줌 모래에 빌다니, 예나 지금이나 약하고 순한 사람들은 언제쯤이나 그 마음이 보상받을수 있는것일까

 






20151012 / 이 포스팅은 포털사이트 다음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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